단풍나무 씨앗 기억나시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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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

조회 13 · 2023.05.19
초등학교 때 배우고 같이 실습도 하고 추억에 젖었네요. 단풍나무 씨앗 보셨습니까? 언뜻 기억이 잘 안 나시죠. 아니면 못 봤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막상 씨앗을 보면 무릎을 치게 됩니다. 어렸을 적 한 번쯤 던져보면서 놀았던 그 씨앗이거든요. 단풍나무 씨앗은 높이 던지면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집니다. 아이들은 씨앗이 떨어지는 곳을 따라 쪼르르 달려가면서 좋아라 합니다. 단풍나무는 그렇게 아이들의 동심을 잘 이용해 나무의 번식을 극대화했습니다. 바람이 민들레 씨앗을 날려주듯, 아이들은 단풍나무 씨앗을 날려줬습니다. 씨앗마다 길이 3~4cm의 날개가 달려 있어서 가능한 놀이인데, 이게 꼭 헬기 프로펠러나 잠자리 날개처럼 생겼습니다. 누군가에겐 추억으로 남아있는 단풍나무 씨앗이, 누군가에겐 연구의 대상이었습니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이의재 학생은 씨앗을 연구실로 가져왔습니다. 밑에서 바람을 불어주는 장비를 설치해 씨앗을 날려보고, 어떻게 회전하는지 초고속 카메라로 찍어 분석했습니다. 씨앗의 정확히 가운데 부분에 구멍을 뚫어 실을 꿰면 씨앗이 공중에서 흔들리지 않고 고속으로 회전하는 진기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분석한 씨앗의 진화 전략을 활용해 같은 바람에 더 잘 돌아가는 프로펠러도 설계했습니다. 특허까지 냈습니다. 씨앗은 대단했습니다. 바람을 타지 않더라도 공중에서 오래 버텼습니다. 낙하 속도는 1초에 1.2미터 정도입니다. 바람만 잘 타면 얼마나 날아갈지 알 수 없었습니다. 씨앗의 낙하 속도만한 바람, 그러니까 초속 1.2미터의 바람을 밑에서 불어주면 씨앗은 공중에 그대로 멈춰 회전할 정도로 안정적이었습니다. 회전 속도는 1초에 1,200회를 넘었습니다. 씨앗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지적 설계 능력이 있는 누군가 이걸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의식 없는 단풍나무가 이런 미묘함을 우연히, 그것도 맹목적으로 진화시켰다는 것은 신비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