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들 - 함기석
말의 숨소리가 저녁의 밀물처럼 아련히 스며들어 나를 적시는 상상에 빠져든다. 말의 결핍이 극대화되면 숨결은 보다 또렷해지고 투명해진 제 모습을 드러낸다. 반대로 말의 과잉이 극대화될 때 숨결은 극소화되고 따라서 시의 음악성과 리듬은 미적 에너지를 상실한다. 말의 확대가 말의 죽음을 낳아 시를 파괴한다는 자명함을 나는 부단히 나에게 기억시키고자 한다. 말 이전의 침묵이 진언이고 그것은 무형이고 그 무형의 육체적 현현이 숨결이다.
따라서 시의 생명을 담보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말의 배후에서 말의 과잉과 결핍을 경계하고 지우는 침묵이다. 말 이전의 무색의 무성의 숨결이고 파동이고 에너지다. 아~ 하고 어둠 속에서 누가 울 때, 에~ 울지 마! 하며 더 어두운 어둠 속에서 꽃이 질 때, 이~ 하고 누군가 아기의 모습으로 빛 속을 걸어올 때, 오~ 하고 유리벽 속 마네킹이 어둠이 되는 자신을 목격할 때, 우 ~ 하고 누군가 말할 수 없는 모든 사물들의 혀를 내보이며 내게 다가올 때, 그 발소리는 모두 아픈 숨결이고 살을 가진 자유고 모음의 근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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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인은 산문시집에서 시인으로서의 가치관을 많이 쓰세요.
그래서 저도 시를 읽고 제 역할로서의 가치관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오늘의 산문시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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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네시
조회 494 · 20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