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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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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까라메시

조회 231 · 2021.01.05
이런 게시판도 생기고 해서 어릴 때 신기한 경험 떠올라서 끄적거려봅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때부터 할머니가 늘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하셨거든요.. 병원에 가서 MRI도 찍고 했는데도 뭐 딱히 편두통 말고는 특별한 질환 없다고 하고 스트레스라고 하고 했는데, 매일매일 두통약 없으면 잠도 못이루고 항상 머리에 끈을 막 꽉 쪼여매지 않으면 잠도 못잘 정도로 힘들어 하셨어요. 할머니가 원래 풍채도 좋고 눈도 부리부리하고 엄청 목소리도 우렁차고 했는데 머리만 아프면 며칠 간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누워서 끙끙 앓으시다가 다시 안아파지면 벌떡 일어나서 원래대로 버럭버럭 하시고 그랬어요 근데 하루는 숙모가 다른 이유로 점집을 갔는데, 뭐 묻기도 전에 무속인이 그러더래요. "너네 시어머니 머리 아프지? 며칠은 거의 죽었다가 며칠은 쌩쌩하다가 그러지? 그 덩치도 좋은 양반이" 그래서 숙모가 깜짝 놀라서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봤대요 물어보니, 할머니가 신을 거부해서 그렇다. 신내림 받아야 한다. 안그러면 할매가 죽던가, 자손으로 특히 장남 장손 밑으로 타고 가던가 한다. 이런 말을 했다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뭐 저희 집안이 막 엄청 무속 이쪽으로 믿고 그런건 아니고 그냥 남들 하는대로 신년에 한번씩 절에 가고 이사하면 다 하는 부적 붙이는 정도? 만 하는 집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죠. 그렇게 할머니 계속 아팠다 안아팠다 한지 한 3년쯤 지났나? 제가 20살? 21살쯤 가을이었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한달동안 머리가 한번도 안아팠다고 너무 좋다고 이제 다 나았다고 막 좋아하시더라구요. 친척들은 너무 좋아하다가도 저러다가 또 아프면 어떻게하지 계속 노심초사하고 했는데 겨울이 다 되도록 한번도 안아파하셔서 뭐 다같이 이제 다 나으셨나보다 하고 즐거워했죠 그런데 그 해 연말 겨울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제 머리가 미친듯이 깨질 것 같고 정말 고개를 전혀 들지 못할 정도로 너무 아픈거에요 어제 그냥 잘 잤는데 갑자기 아침에 일어났더니 머리가 무슨 쇠사슬로 두개골 안쪽에서 쪼으는 것 마냥 꺠질듯이 아파서 다시 눕고, 누워서 조금 숙이고 있으면 덜 아팠다가도 다시 고개를 드는 순간 눈앞이 하얘지면서 머리가 너무 깨질듯이 아픈거에요 그래서 일단 뭐 담에 걸렸거나 근육 문제인가 싶어서 찜질기 가져달라해서 어깨쪽도 지지고 목도 지지고 풀고 해도 정말 아파서 소리칠정도로 너무 아파서 하루 종일 누워있었어요 근데 다음날 되면 낫겠지 했는데 한 3일간 계속 똑같이 아파서 부모님은 괜찮아질꺼다 하는데도 너무 아프니깐 진짜 병원가는것도 별로 안좋아하는데 울면서 택시타고 혼자 큰병원에 MRI 찍으러 갔어요 부모님은 그때 맞벌이라 집에 안계셔서. 이거 죽겠다 싶어서 정말 허겁지겁 가서 나 죽는다 낑낑대면서 접수하고 빨리 검사좀 해달라고 하고 생전 처음 MRI 받고 결과 기다리는데... 정말 뇌종양이 아닐까 뭐 오만 생각 다 들면서 너무 무섭더라구요. 그리고 결과 나와서 의사쌤 보러 갔는데 띠용? 아무 이상없다네요? 그냥 깨끗하고 정말 아무 이상 없다고. 그냥 신경성인 듯 하다고 진통제 처방해주고 끝나더라구요 진짜 아파죽겠는데 원인을 모르겠다니깐 얼마나 서럽던지... 부모님도 뭐 원인도 없는데 왜 계속 그러냐고 저한테 뭐라그러고.. 그렇게 집에 와서 한 이틀 더 죽을까 살까 하다가 갑자기 옛날 그 할머니 머리 아픈 얘기가 떠오르더라고요? 몇 년전에 흘려들었던 얘기인데 그래서 고개는 들면 아파서 몸을 기역자로 만들고 미친듯이 집밖에 나가서 허공에다 소리지르면서 제발 꺼지라고 아파 뒤지겠다고 앞으로 잘 살테니깐 좀 안아프게 해달라 이러면서 엄청 소리치다가 나중에는 꺼이꺼이 울면서 담배도 끊고 술도 안먹고 나쁜짓 안하고 잘 살테니깐 제발 안아프게 해달라 하면서 담배 가지고 있던거 다 뿌셔서 하나하나 밟아버리고 엉엉 울면서 소리지르다가 들어왔어요 그리고 지쳐서 바로 잠들었는데 다음날 일어나니 귀신같이 정말 하나도 머리가 안아프더라구요... 어찌나 새로운 삶을 얻은 느낌인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렀네요... 아직도 뭐 제가 그런 쪽을 막 심각하게 믿고 그런건 아니고 라이트하게 종종 점이나 사주 보러 다니기는 한데, 그때 그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뭐 어찌됐건 뭐 참 잊을 수 없는 신기한 경험이었네요 간밤에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었네요 다들 좋은 일주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