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산문시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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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네시

조회 37 · 2021.11.13
암자를 불사르다 - 이인주 꽃대궁 뻗은 산길 벼랑을 탄다 안간힘으로도 잡히지 않는 수직, 천길 아래 흔들리는 뿌리 바위를 뚫어내린 곳 신흥사 계조암을 오른다 세상 모든 근원이 저토록 단단한 침잠이라면 한 잎 갈대에 기댄 내 등은 얕은 바람에도 어찌할 바 모른다 캄캄한 산허리 오래전에 건너온 인연 하나가 내 안에서 간당거린다 이 해독할 수 없는 약한 끝이 나를 지탱해 온 힘이라니!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서릿발이 절벽에 내리찧는 단풍으로 쏟아진다 그 풍경의 안쪽 수만 겁 흔들림을 쌓아 만들어진 암자가 있다 마른 나뭇가지 찬 바위에 불꽃을 피우는 영묘한 금당 해거름이 눙치는 빛과 어둠의 은밀한 교합 화들짝 벙그는 한 송이 꽃으로 설악은 있다 뜨거운 공양, 산그늘 한 채 고스란히 살랐다 숨어 피던 명자나무 사뭇 몸 달아 발길 어쩔 줄 모르는 흔들바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