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 학교를 차리고 싶습니다

“타 종교처럼 제대로 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무속인에게도 기독교, 천주교처럼 제대로 신학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학교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재는 왜 무속의 행위를 하는지, 어떻게 신을 모셔야 하는지, 무속인의 소명 의식은 무엇인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생태계가 부재하기 때문이죠.

배움의 터전을 찾지 못한 많은 무속인들은 신 부모의 말을 법처럼 따를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잘못된 지식들이 전파되고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무속인들은 산 기도를 갈 때, 신성함을 위해서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이는 과거에 고기 냄새가 몸에 남아 있으면 산짐승에게 습격을 당할 수 있어 시작된 전통입니다.

너무 흥미롭게 선생님과 3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어나더 레벨’입니다. 무속업에 대해서, 동양 철학에 대해서, 사주명리학에 대해서 굉장히 깊은 이해도를 갖고 계셨죠.

저도 500명이 넘는 무속인 분들과 만나 뵈었지만, 선생님께서는 정말 지식의 깊이가 차원이 다른 분이셨습니다. 사실 무속인이라는 호칭보다, ‘도사’, ‘철학자’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배움을 추구했던 과거

“살면서 항상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본인의 업에 대해 굉장히 깊은 이해도를 갖고 있으신 이유는 항상 배움을 추구하셨기 때문입니다. 신을 받기 이전, 어린 시절부터 외할아버지께 당사주를 직접 배우셨고 이것이 선생님 철학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신을 받으신 이후에는 더 깊게 파고드셨죠. 무속업의 근간은 어떻게 되는지, 본인은 왜 이 길을 걷게 되었는지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금은 안동대학교 민속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계십니다.

굿, 부적 권유하지 않습니다

“제가 촛불, 치성, 굿을 하는 모든 분들은 제 친척이거나, 무당이 되기 이전에 알던 지인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손님들께 굿, 부적, 치성을 하라고 권유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상담 이외의 부가적인 행위들이 제대로 된 효험이 있으려면 난이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입니다.

치성을 통해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선생님의 노력만큼, 치성을 올리는 손님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많은 무속인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굿과 부적을 쉽게 권유한다고 말씀하셨죠. 원래 알던 지인과 친척들은 본인이 어떻게든 노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부탁을 받으면 그래도 수락해준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헤어나올 수 없는 몰입도

“블랙홀이라는 호는 손님이 지어주셨어요.”

‘블랙홀’이라는 선생님의 호처럼, 선생님께 상담을 받다 보면 정말 둘만 존재하는 또다른 공간에 온 느낌이 듭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이름난 주지스님과 1대1로 이야기를 하는 느낌, 저명한 학자와 1대1로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 들죠.

정확하게 제 상황에 대해서 진단해주시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한 근거를 기반으로 알려주시기 때문에 이러한 몰입감이 드는 게 아닐까 합니다. 저도 정신을 차려보니 3시간이 지나 있어서 정말 신기했던 생각이 나네요.

천명 - 신점 후기 | 양양 블랙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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