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은 나의 숙명

“제 아버지는 스님이십니다.”

흔히들 ‘천명’, ‘천직’이라고들 말하죠. 정해진 극소수의 사람들은 태어나는 순간 본인의 사명을 부여받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무속인이죠. 강대한 신기를 타고 난 이상, 아무리 억누르려고 해도 결국 신의 길을 가야만 합니다.

선생님의 아버지께서는 너무나 커다란 신력을 타고나신 나머지,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절에 들어가서 스님이 되셨다고 합니다. 여타 무속인들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신기가 강했기 때문에, 스님이 되어 수양을 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강한 신기는 피를 타고 흘러 선생님께도 이어졌습니다. 아버지께서 무속인이 아닌 다른 형태로 본인의 운명을 풀어내셨기 때문에, 선생님께 신이 내려온 것이죠. 한 마디 한 마디를 말씀하실 때의 그 소름은 이와 같이 엄청난 기운을 가진 집안 내력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반드시 무속인이 필요한 경우에만

“인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는 보통 상담하지 않아요.”

선생님께서는 신 혹은 조상이 크게 관여하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보통의 경우 상담을 거절하십니다. 연인과의 재회라든지, 단순한 연애 문제의 경우, 본인이 고민해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영역이죠.

그러나 사회 전체의 대운이 흥망과 직결된 사업이라든지, 조상님이 크게 관여하는 재물운, 인생의 큰 방향성을 결정하는 결혼과 관련된 문제는 정말 소름 돋는 결론을 내려주십니다. 마찬가지로 신을 받아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도 아주 정확하시죠.

반드시 무속인에게 상담을 받아야만 하는 고민이 아닌 라이트한 케이스는 주변 지인에게 털어놓는 것이 더 좋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시더라고요. 다만, 꼭 무속인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려 주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도록

“다른 가정을 살리는 덕으로 제 업보를 닦아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무속인이라는 업의 핵심은 가정의 평안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인간은 가정을 이루고 살고, 아내의 고민, 남편의 고민, 자식의 고민을 해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 가정이 평화롭게 지속되기 위함이라고 덧붙이셨죠.

선생님 또한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으로서, 다른 어떤 가정에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이 본인을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이며, 늘 옳은 점사만을 내려 나중에 스스로의 자식이 커서 본인을 바라볼 때 당당하고자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친구 같은 관계를 꿈꿉니다

“제 신도 분들은 제게 막 대할 수 있어서 좋다고 우스갯소리로 말씀하세요.”

선생님께서는 참된 종교인이라면 가장 사람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멀게는 예수님, 부처님부터 가깝게는 마하트마 간디까지, 항상 민중과 함께 살아가며 그들에게 힘이 되었죠.

이러한 마음가짐은 선생님께서 손님을 대하실 때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권위 의식 따위는 멀리 던져 버린 채, 정말 친구처럼 편하게, 재미 있게 이야기하시죠. 종교인의 숙명을 타고 나신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천명 - 신점 후기 | 경남 거창 옥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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