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장 낮은 곳에 있습니다

“무속인들이 신을 받기 전, 고통과 실패를 경험하는 것은 모두 이유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가장 힘든 고통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타인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신을 처음 받으셨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매일 같이 신을 모시고 있지만, 왜 스스로 이러한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굉장히 고민이 많으셨다고 합니다.

11년 간, 신을 모시며 도달한 결론은 ‘아픔은 인간의 오만함을 무너뜨리기 위해 존재한다’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재의 선생님이 힘들고, 아파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눈높이를 맞추어 공감과 이해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과거 스스로가 경험했던 쓰라린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셨죠.

나는 무엇인가

“내가 왜 무속인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주신 것은 저 자신도, 신령님도 아닌 손님들이었습니다.”

무속업이 하고 싶어 시작한 무속인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신령님이 깃들게 되면 본래 삶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속인이 되어야 하죠. 실제로 선생님께서도 타투샵을 운영하시다가 신을 받으셨습니다.

따라서 신을 받은 무속인에게는 ‘왜 내가 이 길을 걸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과 사색이 동반될 수 밖에 없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본인이 상담을 해드렸던 손님들께서 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날, 노부부 두 분께서 찾아오셔서, 제발 살려달라고 간절하게 빌었던 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문득 이 두 분의 간절한 요청을 해결하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고, ‘내가 지금 누군가의 인생을 가이드하고 있는데 내 스스로가 정체성 없이 흔들리면 안된다’라는 종교인으로서의 소명 의식을 갖게 되셨다고 합니다.

다행히 손님의 문제는 잘 해결되었고, 이후 장문의 감사편지와 함께 선물을 보내셨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편지를 받고 엉엉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무속업이 가진 가치를 온 몸으로 느끼셨기 때문입니다. 이후로는 인간으로서의 본인은 모두 버리고, 참된 종교인이 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셨죠.

제대로 된 상담을 위하여

누군가의 인생을 가이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부여되자, 선생님께서는 미친듯이 공부를 하셨습니다. 신이란 무엇인지, 불교, 기독교, 천주교에서의 신은 어떻게 존재하는지, 동양 무속 신앙의 원류는 어디인지, 사주의 원리는 무엇인지, 본인 역량이 허락하는 최대치까지 탐구하셨죠.

상담 자체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공부를 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본래 대학교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했던 터라, 이 부분은 그래도 쉬웠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시더라고요.

나는 안내자입니다

“무속인은 더 이상 귀신 놀음을 해서는 안됩니다. 무속인이 해야 할 일은 누군가의 인생에 가이드를 주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상담의 본질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향을 고려해서 앞으로 좋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상담이 유의미하려면 손님의 미래가 바뀌어야 합니다. 이것이 상담의 제1목적성이라면, 무속인이 해야 할 일은 손님이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액션 플랜을 세우고, 이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도록 손님의 상처를 치유하고 계속된 가이드를 주는 것입니다.

우리 같이 행복해집시다

“손님들이 행복해지는 것을 보면서 저도 같이 웃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신도들과 함께 울고 웃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스스로를 성찰하고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죠. 손님들과 함께 종종 힐링캠프 형태로 엠티도 가신다고 합니다.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듦으로써 모두가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