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말씀하시기 전에

“제가 먼저 말씀드려야 신뢰가 싹틉니다.”

선생님께선 손님이 질문하기 전에 공수를 먼저 받아 먼저 말문을 여십니다. 그리고 그 뒤에 질문을 듣고 손님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하셨죠. 실제로 저와 상담하실 때도 ‘직장 문제로 고민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죠?’라는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선생님에게 어떻게 그렇게 먼저 이야기하실 수 있느냐고 여쭤보자 선생님께선 공수로 가능한 일이라고 대답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무속인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야 손님들도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고도 대답하셨죠. 정말 신통한 점사 경험이었습니다.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어떤 점사였는지는 신령님께서 알려주십니다.”

선생님께선 한 번 오신 분들은 얼굴만 봐도 누구인지 정확히 기억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기억력이 탁월하게 좋은 것이 아니라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어떤 내용으로 점사를 보았는지는 선명하게 머리에 떠오르고 신령님의 공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고 하셨죠.

선생님께선 ‘점사 내용은 머리에 저장되는 공간이 따로 있는 것 같다’며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한 번 왔다가 한참 뒤에 온 손님들도 선생님이 점사 내용을 세세하게 기억하면서 이야기할 때 놀라워하며, 또 이전 내용과 함께 점사를 이어갈 수 있어서 좋아하신다고 합니다.

황해도 무형문화제 제6호

“황해도 대동굿은 우리의 무형문화재입니다.”

황해도 대동굿은 황해도 무형문화제 제6호로 지정된 우리나라의 민속 유산입니다. 선생님께선 단순히 상담뿐만 아니라 황해도 대동굿 전수자로서 민족문화를 지켜 나간다는 자부심 역시 단단하신 분이셨습니다.

선생님께선 ‘무형문화재로서 우리의 민속문화를 지켜가는 것은 무속업의 정기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무형문화재 전수자로서의 자부심과 면면부절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이 항상 중심을 잡게 도와준다고 말씀하셨죠. 황해도 이북 무속업의 직통 전수자 다운 말씀이었습니다.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손님들도 좋아해 주셔서 다행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상담으로 바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이어지는 관심을 통해 손님들에게 인간적인 애정을 쏟고 계셨습니다. 손님들도 이러한 인간적인 면모를 좋아하고 계셨죠. 한 손님은 선생님과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집에 가기 싫다는 농담도 던지셨습니다.

저 역시 선생님과 함께하면서 명문 무가의 전통을 엿보았지만 동시에 푸근함과 따스함 역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선 ‘구제중생’을 위해서는 사람들을 안아줄 넉넉한 품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고 실제로도 누구보다 넉넉하게 사람들을 감싸고 계셨습니다.